크게 특별한건 없어요. 단지 저희만의 특별한 점을 뽑자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게 아닐까 싶어요. 매주 이루어지는 스크랩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작업을 하다가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곤 해요. 또 특별한게 있다면 수평 문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점인 것같아요. 연차에 상관없이 경청하고 공감하고 수용하죠. 물론 대표님까지요. 이렇게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각자 특화되어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것 같아요.
이는 곧 서로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도와주죠.
디블러 팀이 아이데이션하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여정을 떠나는 것 같아요. 같은 출발 선상에서 각자의 길로 여정을 떠나죠. 여러 갈래의 길로 각자의 방향에 맞게 흘러가다가 마지막에는 하나의 도착지에서 만나는 것과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각자 어떤 방식으로 여정을 떠나는지 궁금해졌어요.
지난 7월말쯤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 문의가 들어왔어요. 이에 디블러 팀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죠. 각자의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여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어낸 좋은 사례인 것 같아요. 춘천 양조장 '디스틸러앤브루어'의 브랜딩 작업이었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아이데이션 과정을 통해 디블러 팀이 어떻게 여정을 떠나는지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Chapter 1. 디블러 춘천으로 떠나다.
"한번 오시죠"
글이나 말만으로는 모두 전달되기 어려울 것 같으니 직접 와서 보는게 어떤지 제안해주셨어요. 이에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디블러 팀 모두가 함께 춘천으로 향했죠. 직접 가보고나니 왜 오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았어요. 공장처럼 만들어진 일반적인 양조장이 아닌 마치 미술관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공간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경관부터 소리까지 감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어요. 유선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에 모두 공감했죠.
먼저 어떻게 주조 되어지는지 설명을 들으면서 양조장을 둘러본 뒤 커다란 통창을 통해 산의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 디스틸러앤 브루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질문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가 계속해서 나오셨죠. 술에 대한 대표님의 가치관, 양조장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그동안의 과정 그리고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지까지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구요.
춘천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 춘천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고 싶으시대요. 하지만 지역 농산물을 부각했던 기존의 전통주들의 방식이 아닌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공간이나 이야기,
무형의 자원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춘천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방식을 찾고싶었대요.
들려주신 이야기와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현재 양조중이신 메밀로 만든 술을
마시면서 모두가 디스틸러앤브루어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죠. 그렇게 이야기 하다보니 맛에서 느껴지는 것, 향에서 느껴지는 것 뿐만 아니라촉각이나 소리에서 느껴지는 것까지 이어져 오감으로 표현하는 술이면 어떨까? 라는 의견으로 수렴하게 되었어요.
Chapter 2. 자유롭게 아이디어 던지기
머릿속에 가득찬 아이디어들을 가볍게 던지면서 서로의 생각이 어느 부분이 맞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을 공유했어요. 그러고나니 가장 얼른 리서치를 하고 싶어졌죠.
각자 생각나는대로 러프하게 알아오기로 했어요. 방식은 자유였죠. 그렇게 각자 스크랩해온 것들은 이런 것들이였어요.
주아 마케터
저는 대학시절을 춘천에서 보냈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청춘' 이었죠.
MT의 메카, 청춘열차, 대학생들, 공지천 등 청춘과 낭만이 있는 도시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것이 맞는지 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어요. 춘천의 어원, 역사, 명소들을 알아보았고 또 제가 좋아하는 춘천의 장소들을 다시 뜯어보았죠. 제가 알고 있는 춘천의 매력들을 팀원들에게 공유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또 #로코노미 #촌캉스 #웰니스 같은 키워드들이 브랜드와 연결지으면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브랜드와 연결지을 수 있는 트렌드에 대해 분석하고 공유했어요.
출처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
연준 디자이너
저는 먼저 전통주 시장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어요. 최근 전통주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플랫폼들이 잘 마련되어 있더라구요. 술담화 , 백술닷컴과 같이 전통주 쇼핑몰들이 있었고 해당 플랫폼을 통해서 어떤 술이 있고, 각각의 브랜드들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분석해보았죠.
출처 한아양조 인스타그램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전통주 브랜드들도 많더라구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아양조의 열두쌀이였어요. 어린시절의 사진을 통해 도수에 따라 고개가 넘어가는 듯한 이미지로 브랜딩했죠. 굉장히 신선하지 않나요?
그 외에 주룩주룩 양조장이나 강릉 라이스 앤 샤인처럼 브랜딩이 잘되어 있는 사례를 공유하고, 브랜딩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과 어떤 브랜드가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또 시장에서 어떤 브랜드가 인기가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했어요.
세영 디자이너
저는 표현 방식에 집중했어요. 술을 직접 마시면서 공간에서 느꼈던 감각들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잇을까 빨리 찾아보고고 싶더라구요. 양조를 매개로 마음의 형태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서치해보고자 했어요. '목 너머로 흐르다' '목에 스며들다' 술을 마시는 행위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방법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다양한 래퍼런스를 찾아보았는데 그중에서도 플러스엑스에서 브랜딩했던 '에이노멀' (링크)이라는 브랜드였어요. 향을 다양한 감각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 중 일부분을 늘린 그래픽과 모션이 브랜드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Chapter 3. 아이디어 구체화하기
풍성해진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하기로 했어요.
이를 위해 각자가 잘하는 분야별로 역할을 분담했죠.
연준 디자이너
저는 네이밍 파트를 맡아 아이데이션을 진행했어요. 저는 아이데이션을 할 때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 소스가 무엇인지 깊게 파고들려고 해요. 앞서 마케터님이 찾아주셨던 춘천의 어원이나 이야기, 또 청춘이라는 모티브로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죠.
그렇게 해서 떠오른 것은 '춘천을 느끼다' 였어요. 계속해서 집요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여러가지 한자어도 찾아보고 노래도 찾아보고 소설이나 시집도 찾아보면서 단어들을 찾아보았어요. 그렇게 생각해낸 단어는 '감춘'.감추어진 춘천을 느끼다. 의 이야기로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죠. 또 메밀 탁주 후에 출시될 여러가지 버전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네이밍의 확장성도 고려해보았어요.
(비밀을) 감춘 / (모든것을) 갖춘 / (빛을) 비춘 / (시간을) 늦춘 / (입을) 맞춘 / (시절이) 멈춘재미있게 풀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세영 디자이너
저는 오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역할을 맡았어요.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은 전달할 수 있는데 촉각을 어떻게 전달할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죠.대표님께서 '복덕방'의 경험을 들려주시면서 막걸리의 패키지를 보여주셨는데 이런식으로도 촉감을 패키지에 녹여볼 수 있구나 싶어 비슷한 래퍼런스를 찾아보았던 것 같아요.
'히토토키'라고 특수한 종이 패키징 기법인데 가열하는 과정에서 반투명하게 변한대요.
이 기법을 통해 목재나 곡물 문양을 촉감으로 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밖에 택이나 라벨, 상자, 보틀의 형태 등 다양한 패키징 방식을 제안드렸어요.
저는 아이데이션을 할 때 래퍼런스를 먼저 많이 봐요. 보다보면 이거다 ! 싶은 것들이 있죠.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해요. 아무래도 제가 가장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표현력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지 영감을 많이 얻으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미지를 먼저 보고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죠. 연준님과는 반대네요. (웃음)
Chapter 4. 기획의 틀 정하기
디블러 팀은 이렇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정리하고 구체화하여 어떤 이름으로 어떤 형태로 진행하면 좋을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한없이 던져요. 그러면 대표님께서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다시 한번 깊게 리서치하고 분석하여 어떤 무드와 컨셉으로 진행되면 좋을지 기획의 틀을 정해주시죠.
이렇게 완성된 기획안의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였어요.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분위기와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모습으로 브랜드가 나올지 매우 궁금해지는데요. 디자이너 분들이 열심히 작업중에 있어요.살짝 들은 걸로는 또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해요. 디스틸러앤브루어가 완성이 되면 꼭 소개해드릴게요 !
오늘은 패키지 디자인 제작 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여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제작 하기 전 꼭 아셨으면 하는 이야기들을 꾹꾹 눌러담느라 생각보다 길어진 것 같은데요.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조금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 링크를 연결해두었어요. 이해하기 어렵거나 자세하게 보고 싶으시다면 해당 링크를 눌러주세요 ! :) 브랜드 메시지와 정체성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패키지 제작을 잘하셔서 명절 시즌을 잘 준비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