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블러는 매주 브랜드 스크랩을 하고 있는데, 팀원 모두가 이 스크랩에 굉장히 진심이에요. 도토리를 발견한 다람쥐 마냥 신선하고 흥미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면 눈이 반짝이거든요. 새로 발견한 인사이트들을 서로에게 공유하면서 배울 점을 찾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다 보니 일을 하다가도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면 잠시 일을 멈추고 이야기 장을 펼치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디블러 팀원 간에 '꼭 가봐야 하는 브랜드 위시 목록'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저희끼리만 할 순 없겠죠? 그래서 오늘은 저희가 나눈 인사이트들 중에 몇 가지를 구독자님들과 공유해 보려고 해요. 그럼 같이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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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커피 취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위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셨나요? "아메리카노요." - 커피 종류를 이야기하셨을 수도 있고, "산미 없는 고소한 맛이요." - 산미의 정도로 대답을 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우리는 여러 카페를 다니면서 유독 맛있다고 생각이 드는 커피를 마주칠 때가 있어요. 우리는 이때 느꼈던 과일향이나 초콜릿 향 또는 산미의 정도를 커피 취향으로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 원두가 어떤 원두인지 구체적으로 알기에는 꽤나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 맛있는 커피를 마주치는 일도 어려울뿐더러, 그 취향을 내 것으로 만들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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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맞는 커피 취향을 찾아 맛있는 커피가 주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브룬 러브 땅은 어떻게 하면 커피가 주는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들이 찾은 답은 바로 '커피의 취향을 찾아주는 것'.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커피에 대해 깊이 아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자신이 어떤 커피 맛을 좋아하는지 접해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돕고자 한 거죠. 어떻게 했을까요? 최대한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우더 커피'를 선택했어요. 먼저 테마를 선정해요. 그리곤 테마에 맞는 생두를 선별하여 로스팅 한 후 동결 건조하여 파우더 커피로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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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1. 떼누아
첫 번째로는 '떼루아'. 프랑스어로 '토지', '토양'을 의미해요. 같은 원두 품종이더라도 어떤 땅에서 재배되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을 갖게 된대요. 원두의 맛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기준인 '떼누아'를 첫 번째 테마로 삼았어요. 이 떼누아 테마에 포함된 제품은 1) 아프리카 2) 아메리카 3) 아시아 세가지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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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2. 프로세싱
두 번째는 '프로세싱'. 원두 가공 기법을 소개하는 테마에요. 어떤 땅에서 재배되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스타일로 가공되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크게 달라진대요. '프로세싱'에 포함된 제품은 1) 내추럴 (뜨거운 햇볕에서 자연 건조하는 방식) 2) 워시드 (씼겨져 깔끔한 상태에서 건조하는 방식) 3) 허니 (워시드와 내추럴의 중간으로 꿀과 흑설탕 맛이 느껴지는 가공 방식) 이렇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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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3. 버라이어티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버라이어티'로, 커피의 품종으로 나눈 테마에요. 1) 헤일룸 (에티오피아) 2) 로부스타 3) 버번 (아라비카)이렇게 대표적으로 나누어지는 세가지 품종을 포함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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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룬러브땅 BrunLovetann Where your taste begins, 취향이 시작되는 곳
"당신의 취향과 삶에 조용히 스며들기를"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풀어가는 방식도 재밌는데요. [brun + løvetann ] 노르웨이어로 갈색 민들레를 의미하는 이름 브룬 러브땅.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요? 민들레 씨들이 바람에 흩날려 수많은 땅에 꽃을 피우듯 커피의 세계를 널리 전파하고 그들의 취향에 스며들고자 브룬 러브땅이라고 지었대요.
얇고 하늘거리는 민들레 모습을 심볼로 만들고,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은 거친 질감 표현은 커피 원두 가루처럼 보이기도 해요. 반면에 두꺼운 산세리프체의 타이포 로고는 힘이 느껴져 패키지 혹은 브랜드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은은하고 감성적이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듯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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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험에도 '취향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브랜드 에센스를 잘 녹였어요.
[for you] '아직 취향을 발견하지 못한 당신에게' : 세가지 테마팩 제안
[for me] '오직 당신의 취향으로만' : 단일 커피 제안
취향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테마 팩을 제안하고, 취향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단일 커피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재미있는 제안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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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저기서 뉴욕 거리 한복판에 한국 기사 식당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쏟아졌어요. '뉴욕에 기사식당이라고? 과연 잘 될까?' 싶지만 오픈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2-3시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대요. 한글로는 '기사식당' 영어로는 'ki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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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 전문 소문난 기사식당" "동남 사거리 원조 기사식당"
여기가 뉴욕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한글로 크게 써져 있는 간판과 메뉴판, 벽지, 벽걸이 선풍기, 달력 등 내부 인테리어까지 모두 우리가 아는 친숙한 모습 그대로에요. 제육볶음, 불고기, 오징어볶음, 비빔밥 이렇게 네 가지 주 메뉴에 김치, 감자조림, 김과 같은 반찬 구성들이 쟁반에 담겨 나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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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기사 식당을 선택했을까?
미국 남부와 한국의 맛을 혼합한 한식 타파스 레스토랑 'C as in Charlie'를 만든 최재우·윤준우의 두 번째 브랜드에요. 이전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받은 반응은 '한국 음식을 먹어서 너무 좋다' 였어요. 현지인들이 의외로 한국의 정통적인 문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꼈대요. 한국의 오리지널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언젠가 현지인들에게 온통 한식으로 가득한 브랜드를 만들어 한국 전통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대요. 그리곤 수많은 한국의 전통 중에서도 사라져가는 '기사 식당'에 주목했어요.기사 식당이 호황을 누렸던 80년대 컨셉으로 뉴욕에서 열었을 때 한국에서의 나비 효과를 기대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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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의 레트로 열풍은 어느 정도 식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지금 '80년대 기사 식당'이라는 레트로 컨셉이 뉴욕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문화를 좋아하도록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최근 K-food가 트렌드로 자리 잡히면서 흐름을 탄 게 아니냐고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단순히 트렌드의 덕만으로 인기를 끈 건 아니라고 생각이 돼요. 만약 유저 친화적으로 한글이 아닌 영어로 브랜드를 개발했어도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뉴욕의 현지인들이 열광하는 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이들은 '기사식당'이 한국의 역사 문화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아래와 같이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요.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제공해온 한국의 여유로운 식당.
맛있고 저렴한 식사로 미각과 비용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통 한국 음식을 제공합니다.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된 한국 음식인 백반은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신속한 서비스로 푸짐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기사 식당의 대표 메뉴입니다.'
이런 '이야기'와 함께 즐기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가 매력적인 고객 경험이 되어줄 거예요. 역시나 문화적 가치를 고객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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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1번 출구에 나오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요. 그 범인은 바로 요즘 가장 핫한 '아티스트 베이커리'. 소금빵, 바게트 전문 베이커리 카페에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왠지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오픈한 지 4년 차인 지금도 매일 웨이팅이 필수인 '런던 베이글 뮤지엄' 창업자 '료'가 만든 브랜드로 런던 베이글 뮤지엄 공간이 보여주는 밀도가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비주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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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블러 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몇몇 브랜드 디렉터들이 있는데요. '료' 역시 그 중 하나에요. @philosophy_ryo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데 언젠가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는 모습이 업로드가 되었어요.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간판에 글씨를 직접 적거나 하는 모습들이 보였죠. 이번엔 또 어떤 브랜드를 만들까 너무나 기대되고 궁금했던 브랜드였어요. 그렇게 오픈한 모습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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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지하철 거리에 있을 법한 간판처럼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스티커 연출 오랫동안 붙여져 있어 떨어질 것 같은 포스터, 여러 번 페인팅을 덧댄듯한 벽 연출까지. 매장 내부에 크게 보이는 메뉴판도 직접 작성한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지속해서 '료'가 보여주는 런던의 골목 카페 컨셉이에요.
롱블랙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 보면, 실제로 런던의 어느 골목 카페에서 영감을 얻었대요. 오픈 키친이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길게 줄 서있는 손님들, 그 와중에도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 시끌벅적한 매장 안에 앉아있는 손님들은 여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까지. 복잡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매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 재현하고자 했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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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는 공간의 밀도감을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대요.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신뢰감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도록 새 테이블과 의자를 사포질해서 8-90년대의 세월이 느껴지도록 연출을 하는 등 곳곳에 의도된 흔적들을 만들어 간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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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비주얼이 다가 아니에요. 음료를 주문하면 고객의 이름을 음료 스티커에 직접 작성해주고, 직원들이 매장 앞으로 나와 웨이팅을 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줘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죠. 굿즈를 판매하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밀도 높게 느껴져요. 가격표를 벽에 직접 작성해 두기도 했어요. 이런 하나하나의 세심한 디테일들이 겹겹이 쌓아 올려져 '에너지 넘치는 다정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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