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즐기는 전통주 _ 흐들 (디스틸러앤브루어)
Behind Design Story
Directed by 최은빈 CEO designer
strategy by de.blur team
Designed by 박세영 designer
오늘 소개해드릴 프로젝트는 이전에 짧게 소개해드린 적이 있어요. 바로 ep 50. '아이데이션 하는 법' 편에서 나왔던 춘천 로컬 전통주 브랜드에요. 춘천으로 직접 떠나 현장에서 듣고 느꼈던 생생한 경험들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꺼내고 팀원들과 나누고, 방향의 틀을 잡아나가는 과정을 소개해드렸었는데요 ! (이전 글 보러가기)
춘천 양조장 ' 디스틸러앤브루어'가 만들어낸 그 첫번째 작품 '흐들'. 춘천이라는 지역에 대하여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감정과 추억들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인식을 만들어내면 좋을까 고민하여 굉장히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전통주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근 전통주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대요. 굉장히 색다른 시도를 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전통주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누룩이나 쌀을 사용한 술이기 때문에, 주로 지역 농산물을 주 원료로 만든 지역별 전통주가 많아요. 춘천의 전통주. 어떤 원료로, 어떤 이야기들로 만들어졌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한번 들어보도록 할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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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디스틸러앤브루어에 대해서 소개부탁드려요 !
춘천에 위치한 로컬 양조장이에요. 디스틸러 (distiller) : 증류주를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구요. 브루어 (brewer) : 양조하는 사람을 의미해요. 춘천의 로컬 농산물, 더 나아가서 공간적, 역사적, 문화적 자원들을 이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술을 매개로 표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는 자신들을 단순히 주류를 제조하는 양조장으로 단정 짓고 싶지 않아하셨어요. 춘천에 자리잡은 이 작은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춘천의 이야기들을 널리 퍼뜨림으로써 , 숨겨진 춘천의 다양한 모양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감각들로 경험할 수 있길 바라셨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춘천을 경험할 풍부한 콘텐츠들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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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작업이 진행되었나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디스틸러앤브루어의 기업 로고(CI) 를 구축하고, 그 하위 브랜드인 전통주 브랜드 로고 (BI) 작업이 함께 진행되었어요. 또한 처음 미팅했을 당시에는 전통주 브랜드의 이름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브랜드로부터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거리들이 너무 많아 딱 한단어로 정의 내리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셨었죠. 그래서 대표님께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함축시킨 적절한 이름을 찾는 작업도 함께 하게 되었어요.
주류 브랜딩은 평소에 너무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팀원들 모두 들뜬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CI 부터, BI , 네이밍, 패키지 작업, 상세페이지, 브랜드 영상까지 .. 이번 작업에서는 특히나 보여드릴게 많을 것 같으니, 부지런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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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인터뷰 하기에 앞서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CI 와 BI 의 차이점이 뭔가요?
쉽게 설명해드리자면,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로고 있죠? 그 스우시 로고가 나이키의 CI 에요. 그리고 점프하고 있는 로고 아시죠? 그게 나이키에서 만든 에어 조던 브랜드의 BI 인셈이에요.
CI 는 기업의 비전이나 목표, 철학들이 함축되어 있어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에는 '혁신' 이라는 철학이 담겨져 있죠.
반면 , BI 는 브랜드에서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 메시지 또는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과 차별성을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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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군요. 그럼 디스틸러앤브루어의 CI 작업부터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춘천으로 직접 오시면 좋겠어요.' 라는 한마디에 저희 팀원 전체가 춘천으로 향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춘천까지 꼭 가야할까? 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웃음)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이곳에 와야하는 이유가 한번에 이해가 되더라구요. 1층의 양조장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어떻게 전통주를 만들고 계신지와 공간에 대해서 소개해주시고 2층으로 데려가주셨는데요. 통창을 통해 초록초록한 자연 경관이 보이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어요. 그런 분위기에서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죠.
술을 좋아하지만 술은 잘 못마신대요. 즐길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하셨죠. 맛으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눈으로, 향으로, 귀로, 촉감으로 경험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셨어요. 긴 이야기를 듣고나니 대표님께서 술에 대한 진정성이 굉장히 깊다고 느껴지더라구요.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도 계속 여운이 남아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구요. 이에 저희가 느낀 이 경험과 감정들이 그대로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술을 빚음으로써 당신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곡물이 주류가 되는 발효 과정처럼, 우리의 이야기가 술이 되는 과정을 담고 싶습니다.
오감을 자극해 감탄을 유발하는 모든 경험들이 특별한 기억으로 새겨지길 바랍니다.
먼저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심볼 안에 함축시켜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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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과정' 에서부터 시작됐어요. 효모가 끊임없이 변하되고 반복되는 과정들을 다양하게 표현해봤어요. 그 형태들을 바라보니 오감을 이 안에 상징적으로 담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발효되는 다양한 형태에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의 상징성을 부여하고 이들의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전달되는 경험은 감탄을 유발한다. 는 스토리로 심볼을 개발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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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멋있네요 ! 이들의 첫번째 작품은 메밀 탁주라구요? 이름을 짓는 과정은 어땠나요?
BI 에서는 '춘천'에 포커스를 두었어요. 춘천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이자 술이 되고 싶어하셨거든요. 그러나 대놓고 '춘천' 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어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곱씹어 보았을 때 그제서야 춘천의 이야기가 간접적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해주셨어요. 이에 춘천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서, 이미지들을 찾아보았어요. 또한 춘천의 기본적인 조사를 시작했죠. 춘천의 역사와 문화, 지역적 특징, 자연 등등으로요.
봄 춘(春) , 내 천(川) 봄이 오는 시내를 의미한대요. 유난히 산과 강이 많아 봄을 일찍 느낄 수 있어 봄이 빨리오는 고을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고 해요. 또한 호반의 도시라고 불리우면서 희망이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죠. 또한 춘천하면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봄 #강 #시내 #청춘 #서정적인 #추억 이런 키워드로 네이밍 아이데이션을 시작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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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정춘 ( O + 춘 )
서정 : 자기의 감정이나 정서를 그려냄 춘 : 춘천의 봄
술을 빚는 사람들, 혹은 춘천에 거주해온 사람들 그리고 술을 마시는 사람의 정서나 감정들을 술을 마시는 순간에도 풍성한 맛으로 느낄 수 있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에요. 또한 '춘' 자를 확장하여 다르게 표현해보면 좋을 것 같아 바레이션도 진행해보았어요.
(비밀을) 감춘 / (빛을) 비춘 / (눈을, 입을) 맞춘 / (시절이) 멈춘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변형하여 스토리텔링도 가능할 것 같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2) 흐들
흐드러지다의 옛말로 메밀밭에서 흐르는 바람에 메밀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하는 단어에요. 술을 한모금 삼키고 입에서 목으로 들어갈 때 느껴지는 타들어감, 퍼짐을 흐들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메밀이 흐드러져 몸속으로 부드럽게 퍼지다' 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에요. 또 산들 (시원하고 가볍게 바람이 부는 모양) / 번들 (미끄럽고 윤이 난다) / 버들 (몸이 떨리며 흔들리는) 이런 단어들로 확장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이 밖에도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많았었는데요 ! 춘천의 봄은 우리가 아는 봄과는 또 다른 계절이라는 의미로 '다섯번째 봄' 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었어요. 어떤 이름을 좋아해주실지 기대됐는데, 대표님께서는 '흐들' 이라는 이름을 좋아해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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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흐들' 이라니 ! 멋진 이름이네요 ! BI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져요.
'흐들' 이라는 단어의 뜻에 포커스를 두어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흐들 : 매우 탐스럽거나 한창 성하다. 이런 의미를 좀 더 확장해보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다' 와 '술에 흠뻑 빠진 모양' 으로 연결지어지게 되었구요. 그렇게 '꽃향기에 취한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뽑아보았어요. 꽃을 술에 빗댄 표현이에요.
한모금, 그 산미가 입안에 퍼져나가며 두모금, 세모금 메밀의 고소함이 조금씩 스며들고.
코로 들이쉬는 쉼에서 꽃들의 향기가 맡아지고, 메밀의 그윽한 향에 취하다.
이런 브랜드의 스토리를 구축하고,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려고 했어요.
우선 '흐들' 이라는 타이포그래픽 로고를 만들고, 키비주얼로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 때 오감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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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시안
메밀밭에 부는 바람에 부드럽게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타이포로 형상화했어요. 가늘고 긴 메밀 꽃 가닥들을 부드럽게 이어지게 표현했죠. 키비주얼은 메밀 꽃의 실루엣을 도형적으로 표현해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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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시안
글자의 자간 사이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어 봄 바람에 산들거리는 메밀의 모습을 형상화 했어요. 키비주얼에서는 타이포그래픽의 언발란스함의 일관된 무드를 위하여 잔잔한 효과를 주었고, 춘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사진으로 담아내고자 폴라로이드 레이아웃을 표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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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시안
가장 부드럽게 표현된 시안이지 않나 싶어요. 메밀 꽃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꽃잎들이 흩날리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시각화했죠. 키비주얼로는 그림자 잔상 효과를 이용해 여백의 미를 강조해보았어요. 타이포 그래픽이 다소 화려하기 때문에 키비주얼은 반대로 간결하게 표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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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어떤 시안을 선호하셨나요?
처음에는 3번 시안을 선호해주셨어요. 그러나 패키지로 제작되고 다양한 쓰임으로 함께 조합되었을 때 다소 브랜드 힘이 약해보이고, 가독성이 좋지 않아 로고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이에 비해 가독성과 형태감이 좋은 2번 타이포 그래픽을 BI 로 결정했어요.
로고가 픽스되고 난 이후에는 키비주얼 개발에 집중했어요. 키비주얼은 곧 패키지 라벨 디자인으로 적용이 되었는데요. 컴퓨터 화면에서 그래픽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뽑아서 어떻게 구현되어지는지 시뮬레이션 작업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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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들이라는 브랜드를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 패키지 부분이기 때문에 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 한가지 아이디어를 더한 부분은 선물을 주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병을 세트로 구성하여, 세가지 병이 모였을 때 하나의 액자처럼 보여질 수 있도록 표현해보았어요. 선물을 구매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좀 더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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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여러버전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오감 중 촉감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메밀 꽃에서 느껴지는 잔잔함이나 약간은 까칠까칠한 촉감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그래픽 이미지 위에 텍스추어를 강하게 주고자 강조했어요.
패키지 시안 작업은 3차까지 진행이 되었었는데 아무리 변경을 해보아도 딱 이거다 ! 싶은게 없어서 만족이 되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시안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어요. 타이포그래픽을 활용해 메밀 꽃의 흐드러짐을 표현해볼까? 싶어 흐들이 가진 브랜드 메시지들을 글자로 표현해 메밀꽃을 그려보았어요. 이거다 싶어 바로 시안을 보여드렸고, 대표님께서도 바로 마음에 든다고 해주셨어요. 이로서 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이 완성될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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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흐들 출시 이후, 계속해서 춘천 지역 안에서 소통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로컬의 여러 행사들에 참여하시면서 브랜드를 알려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곧 또 다른 도수의 전통주를 개발하실 예정이래요. 그 때도 다시 한번 브랜딩 작업을 진행할 것 같은데요 ! 그 때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할지 벌써 기대가 되고 있어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아쉬울 때는 아무래도 예산적인 부분이에요. 브랜드를 운영할때 가장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아직 보여주지 못한 흐들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추후 나올 흐들의 두번째 작품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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