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쓰지만 잘 모르는 브랜딩 용어
'컨셉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설명하실 수 있나요?'
브랜딩에서 이만큼 자주 나오는 말도 없어요. 그래서 다들 잘 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막상 설명해보라고 하면 이상하게 입이 안 떨어져요.
더 이상한 건 따로 있어요. 같은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이 '컨셉'이라는 한 단어를 쓰면서, 머릿속으로는 저마다 다른 걸 떠올린다는 거예요. 누구는 로고를, 누구는 슬로건을, 누구는 타깃 고객을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컨셉을 '번뜩이는 영감' 같은 걸로 여기면, 누구나 자기 식대로 상상하게 되거든요. 정의가 흐릿하니 대화도 겉돌고요.
오늘은 이 흐릿한 말을 세 조각으로 또렷하게 정리해볼게요. 컨셉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컨셉이 아닌지. 스타벅스와 에어비앤비, 비틀스까지 익숙한 사례로 짚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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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으로 삼을 책은 《컨셉 수업》이에요. 저자 호소다 다카히로는 광고회사 TBWA\HAKUHODO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컨셉을 감각이 아니라 순서로 설명하는 사람이죠.
이 책이 내린 정의는 이래요.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관점."
말로만 보면 잘 안 잡히죠. '전체를 관통한다'는 무슨 뜻인지, '새로운'은 또 무슨 뜻인지. 두 조각으로 나눠서 사례로 짚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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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관점이 전부를 정할 때
1967년 비틀스가 낸 《서전트 페퍼스》는 '록 역사상 최초의 컨셉 앨범'으로 불려요. 좋은 곡을 많이 모아서가 아니에요.
비틀스는 이 앨범에서 자신들이 아니라 가상의 밴드를 연기했어요. 그 설정 하나가 나머지 전부를 정했죠. 표지는 그 밴드의 기념사진처럼 만들었고, 곡과 곡 사이엔 관객 함성을 넣어 실제 공연처럼 이었고, 당시로선 유례없이 가사까지 인쇄해 넣었어요.
곡을 모은 게 아니라 하나의 관점으로 앨범 전체를 꿴 거죠. '컨셉'이라는 말이 여기서 왔어요. 브랜드도 똑같아요. 관점이 서면 제품에도 공간에도 말투에도 같은 결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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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의 시작은 남는 방에 에어베드를 깔아준 일이었어요. 그런데 창업자는 손님을 방에 두지 않고 동네 카페와 술집에 데려갔고, 낯선 셋은 친구가 되어 떠났죠.
여기서 그는 자기가 파는 게 잠자리가 아님을 알게 돼요. 여행하는 것도, 어딘가로 가는 것도, 묵는 것도 아닌 '소속되는' 것. 그렇게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이라는 컨셉이 나왔어요.
2014년 에어비앤비는 이 컨셉에 맞춰 브랜드를 새로 발표했어요. 사람과 장소와 사랑이 만난다는 뜻을 로고에 담았고, 현지인이 안내하는 체험 서비스도 같은 이유로 시작했죠. 없던 서비스를 발명한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일에 새로운 의미를 붙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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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하나의 새로운 관점으로 전체를 꿰어, 없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브랜드에서 그 중심에 놓이는 건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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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밀라노 카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 문화를 미국에 들여오자"는 생각만으론 부족했어요. 미국 고객이 왜 와야 하는지가 빠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질문을 바꿨죠. "왜 세상에 스타벅스가 필요한가?"
그렇게 나온 답이 "제3의 장소"예요. 집도 직장도 아닌, 편히 머물 곳이죠. 이 한 문장이 서자 매장 입지, 인테리어, 접객 온도, 음악 볼륨, 심지어 커피 향을 지키려 흡연을 금지한 것까지 전부 여기서 풀려나왔어요.
중요한 건 이 결정들이 취향으로 내려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좌석이 편한 건 오래 머무는 곳이어야 해서고, 흡연을 막은 건 커피 향을 지키려는 거였죠. 가격도요. 옆 가게 시세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주는 곳인가'가 기준이 됐어요. 컨셉이 있으면 회의가 짧아져요. "이게 우리 컨셉에 맞나?" 한마디면 정리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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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잣대로 내린 결정이 쌓이면 브랜드는 하나의 얼굴을 갖게 돼요. 담당자가 퇴사해도, 외주 디자이너가 바뀌어도, 매장이 백 개로 늘어도 기준이 문장으로 남아 있으면 흔들리지 않죠.
반대로 그 잣대가 대표님 머릿속에만 있으면, 직접 챙긴 곳까지만 브랜드가 돼요. 흔히 말하는 '브랜드다움'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우리다운 것과 아닌 것을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가려낼 수 있는 상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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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드릴이 아니라 벽에 뚫릴 구멍을 원한다"는 말이 있어요. 값을 낸 대상은 물건이지만, 값을 낸 이유는 그 물건이 만들어주는 결과죠.
의류 브랜드 에버레인은 '급진적 투명성'을 컨셉으로, 제품마다 원가를 낱낱이 공개해요. 원단에 얼마, 봉제에 얼마, 운송에 얼마가 들어 판매가가 얼마인지까지요. 고객은 옷과 함께 '숨기지 않는다'는 태도를 사는 거예요. 왜 존재하는지가 분명한 브랜드에는, 값을 치를 이유가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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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셉 = 가치의 설계도
판단의 기준, 일관성, 값을 치를 이유. 그래서 책은 컨셉을 '가치의 설계도'라 불러요. 건물을 올리기 전 도면이 필요하듯, 브랜드도 만들기 전에 이 한 문장이 있어야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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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카페 문화를 미국에"는 훌륭한 출발점이지만, 여기서 멈추면 아이디어예요. 창업자가 시작하는 이유일 뿐, 고객이 올 이유는 아직 없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커피"라고만 했다면 좌석도 음악도 향기도 정해지지 않았을 거예요. 선전 문구는 이미 있는 사실을 근사하게 전하고, 컨셉은 그 사실 자체를 만들어요. 순서가 반대죠.
'도시인의 휴식' 같은 주제는 스타벅스만의 것이 아니에요. 테마는 풀어야 할 과제를 가리키고, 컨셉은 그 과제에 대한 우리만의 답을 가리켜요. "제3의 장소"가 그 답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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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프리미엄하고, 고급스럽고, 합리적인 가격의 건강식이에요." 앞은 선전 문구, '건강식'은 테마예요. 실체를 만드는 말이 없고, 수백 개 브랜드가 똑같이 쓸 수 있으니 '새로운 관점'도 아니죠. 이제 왜 컨셉이 아닌지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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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전체를 꿰는 새로운 관점이고, 그 중심엔 '존재하는 의미'가 있어요. 그게 서면 판단 기준이, 일관성이, 값을 치를 이유가 따라오죠.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 "컨셉이 뭐예요?"에는 답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적어도 지금 쥐고 있는 문장이 컨셉인지 아닌지는 가려낼 수 있으실 테고요.
그런데 아마 다음 질문이 남으셨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 브랜드의 컨셉은 무엇인가.
그 답은 밖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에요. 슐츠도, 에어비앤비도 이미 있던 것에서 이유를 발견했으니까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오늘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질문해보세요?
우리의 브랜드 컨셉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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