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이 머무는 사일구로의 브랜딩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한 동네가 정말 브랜딩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요?'
"4.19 카페거리요? 아, 우이동 그쪽이요?"
서울에는 강남, 홍대, 성수처럼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상권들이 있어요. 하지만 정작 그 상권이 어떤 곳인지, 왜 그 이름으로 불리는지까지 기억하는 곳은 많지 않죠.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4.19 카페거리'도 그랬습니다. 10년 넘게 그 이름으로 불렸지만, 사람들은 그저 "우이동 맛집"을 검색할 뿐이었어요. 상권의 이름은 있었지만, 정체성은 흐릿했던 거죠.
더 안타까운 건, 이곳이 가진 자산은 정말 특별했다는 점이에요. 북한산 자락의 자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4.19혁명의 역사, 그리고 세대를 넘나드는 평화로운 공동체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게 하나의 선명한 이야기로 엮이지 못한 채 흩어져 있었습니다.
오늘은 디블러가 그곳의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선명하게 만들어낸 사일구로 브랜딩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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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사일구로,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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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세 개의 키워드가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자연, 하늘, 역사. 이 세 가지가 이 지역을 정의하는 핵심이었습니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개발 제한지역이에요. 고도 제한 때문에 건물이 14층 이상 올라갈 수 없죠. 덕분에 광활한 자연 경관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리고 역사. 이곳은 4.19혁명의 의미를 간직한 곳으로, 10년 넘게 '4.19 카페거리'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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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상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마을처럼 느껴졌어요.
다른 서울의 상권과는 확연히 달랐어요.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여느 번화가와 달리, 이곳엔 개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주택을 개조한 카페들은 "저게 집이야, 가게야?" 싶을 정도로 동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죠.
음식점은 한식 위주의 토속적인 곳이 많아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도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먹이기에도 좋은 곳들이었어요.
거리를 걷다 보면 유아부터 청소년, 장년층,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보통 서울의 상권은 연령층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는데, 이곳은 모든 세대가 함께 공존하고 있었어요. 마치 하나의 공동체 같았죠.
문제는 인지도였습니다. "강남역 맛집", "홍대 카페" 이런 식으로 검색하는 다른 상권과 달리, 이곳은 그냥 "우이동 맛집"으로만 검색됐거든요. '4.19 카페거리'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이름으로 이곳을 찾지 않았어요.
검색 데이터가 이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그들만 알고 있는 상권." 이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어요.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지만, 외부로 인지도를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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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분들과 주민분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분들이 정말 이 상권을 사랑한다는 점이었어요.
보통 다른 상권 인터뷰를 해보면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가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이곳 상인분들은 달랐어요. "우리 상권 너무 좋은데, 사람들이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매출보다도, 이 상권의 매력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이었어요. 다른 상권은 상인회 회장님의 의견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4.19혁명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답게 모든 결정을 투표로 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었어요. 1시간 동안 인터뷰해주셨던 도자기 장인분이었는데요. 역사에 대해 깊이 공부하신 분이었는데, "동네 사람들한테 투표를 받자", "네이밍도 투표로 정하자"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셨거든요. 이분 덕분에 투표 시스템의 중요성을 더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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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어떻게 브랜드 컨셉을 만들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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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는 처음에 '4.19'라는 자산을 버리고 싶었어요. 요즘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만큼, 상권이 살려면 미래 타깃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4.19'는 너무 무겁고 역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입찰 자료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네이밍을 제안했습니다. 자연경관을 강조한 '4월로', '비초름길', '사색고개', '구름길' 같은 네이밍과, 역사성을 담은 4.19 관련 네이밍들이었죠.
처음엔 자부심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심층 인터뷰를 해보니 이유가 달랐어요. 변화가 싫으신 거였습니다. 10년 넘게 써온 이름인데,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 "우리 것 같지 않다"는 거죠.
"4.19는 10년 뒤, 100년 뒤, 100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예요. 역사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역사적 사건이라는 건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그게 이 지역만의 고유한 자산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상권브랜딩을 했을 때 실제로 쓸 사람은 그 상권 안에서 활동하는 이해관계자들이라는 것을요. 아무리 브랜딩이 좋아도, 정작 그분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네이밍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4.19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녹여낼 것인가?"로요.
4.19를 한글로 풀어쓴 '사일구'에 길을 의미하는 '로'를 더했습니다. 부르기 쉽고, 역사를 담으면서도 현대적인 느낌까지. 완벽한 타협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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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민주적 과정의 산물
세 가지 시안을 준비했어요. 구름 모티프를 활용한 직관적인 1안, 조형적이고 따뜻한 컬러의 2안, 그리고 또 다른 방향의 3안이었습니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1안이 선택됐어요. 1안은 쉽고 직관적이었거든요. 10살 아이가 봐도, 60대 어르신이 봐도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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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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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완성 후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간단했지만 강력했어요. '우이동 4.19 카페거리'에서 '사일구로'로 바뀌면서, 이 상권을 소개하는 일 자체가 쉬워진 거예요.
뉴스 기사 헤드라인에 쓰기도, SNS에 공유하기도, 친구에게 추천하기도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강북구 사일구로 가봤어? 거기 진짜 좋더라." 이렇게 한 문장으로 끝나니까요.
그리고 이전에는 '평화로운 동네', '마을 같은 곳' 이런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상권으로서 정체성이 확립됐어요.
정말 뿌듯했던 건 상인회에서 저희가 제안한 마케팅 전략안을 정말 잘 활용하고 계신다는 점이었어요.
먼저 상인분들은 본인들의 역량을 활용한 플리마켓 형태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이곳은 먹자골목이 아니라 문화상권에 가까운 곳이에요. 공예 작가, 브런치 카페 운영자, 책방 주인까지. 이런 역량들을 모아 플리마켓을 열고, 지역의 문화를 나누는 축제를 만들어낸 거예요.
그리고 힐링버스 운영도 시작됐습니다. 이 상권을 다니는 유일한 버스 두 대에 사일구로 랩핑을 했거든요. 그냥 마을버스가 아니라 '사일구로 전용 셔틀버스' 느낌으로 변신한 거죠.
SNS 계정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랜딩페이지도 제작됐어요. 사일구로 브랜드 굿즈도 실제로 만들어졌고요. 마케팅 전략안에서 제안했던 것들이 거의 대부분 실행되고 있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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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초반에 '의견 수렴회'가 있었어요. 저희는 작은 회의실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홀이었습니다. 무대가 있고, 단상이 있고, 관계자분들이 앞에 쭉 앉아계신 공식적인 발표 자리였어요.
당황했지만, 다행히 준비는 제대로 해갔었습니다. 만약 준비를 안 했었다면 그날 신뢰를 잃었을 거예요. 하지만 준비된 리서치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진심 어린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우리 상권이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날 의견 수렴회를 통해서 디블러라는 업체의 신뢰도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반 브랜딩과 상권브랜딩의 가장 큰 차이는 클라이언트의 수예요. 일반 브랜딩은 1인 사업가나, 브랜딩에 이해도가 있는 중견 기업 대표를 상대합니다. 말이 잘 통하죠.
하지만 상권브랜딩은 100명의 비전문가를 상대로 디자인을 판매하는 것과 같아요. 결정권자도 없고, 디자인을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설득 과정의 밀도가 훨씬 높아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분들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브랜딩이 좋아도, 실제로 쓸 사람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디블러의 색깔인 "친절함"이 이 프로젝트에서 빛을 발했다고 생각해요. 무게 잡고 엄중한 에이전시가 아니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에이전시였기 때문에 이분들과 잘 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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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맥락을 만드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사일구로는 자연, 역사, 공동체라는 너무 많은 자산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그걸 하나로 응축시켜야 했죠. 브랜드는 영원하지 않아요. 계속 진화해야 하고, 언젠가는 리브랜딩도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그 큰 맥락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일구로가 리브랜딩을 하더라도, 이 흐름 안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다행히 지금 사일구로는 정말 열심히 실행 중입니다. 축제도 하고, SNS도 운영하고, 마케팅 전략안도 착착 실행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이 맥락 안에서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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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구로의 변화는 단순히 로고 하나가 만든 기적이 아니에요.
디블러가 그곳의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선명하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디블러의 이름처럼, 우리는 사일구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빛나는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냈을 뿐이에요. 북한산의 자연, 4.19혁명의 역사,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 이 모든 게 '사일구로'라는 하나의 선명한 이야기로 엮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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