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벌써 추석 명절이 다가왔어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것 같은데요! 추석은 예로부터 한 해의 수확의 기쁨과 풍요를 상징하는 명절로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해요.
추석이 다가오는 의미로, 전통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북촌 무궁화'를 소개해 볼까 해요. 우리 조상들이 즐겨 찾던 '주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한식 주점인데요! 이번 작업에선 특히 K-맛집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고려하여 브랜딩 작업을 진행해 한식 문화의 매력을 조금 새롭게 보여주고자 했어요.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어떤 의미인지 천천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더하여 구독자님들과 이번 레터를 통해 명절의 설레는 기분을 나눠보고 싶었어요. 북촌 무궁화의 이야기와 함께, 모두 풍요롭고 행복한 추석 명절을 보내시길 바랄게요.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 프로젝트 소개
Q. 안녕하세요! '북촌 무궁화'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최근 한식 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K-맛집'을 찾아 방문하는 트렌드가 생겼대요.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바로 '북촌'! 이런 흐름들을 살피다 보니, 북촌과 익선동 부근에서 한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대요. 전통적인 서민 음식인 국밥을 메인으로 '주막' 컨셉을 떠올리게 되었고요.
주막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주막이 오늘날 한국 외식업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대요. 과거엔 주막이 술을 마시며 안주로 배를 채우고, 피곤하면 잠시 잠을 청하고 쉬었다 가는 휴식처 같은 곳이었대요. 점차 현대적으로 변화되면서 오늘날의 외식업이 된 거죠. 이런 주막의 역사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누구든지 찾아와 속을 든든히 채우고 갈 수 있는 정겹고 활기찬 식당'을 만들기로 했어요.
이런 바람을 담아 상호를 짓고 싶으셨대요. 더하여 어떤 식당인지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했죠. 이에 지역명인 '북촌'과, 한국스러움을 대표하는 국화 '무궁화' 두 단어를 합성하여 매우 직관적인 상호를 개발하셨다고 해요.
북촌 무궁화 이전의 모습
Q. 어떤 고객들이 가게를 찾아오길 바랬나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가게가 되고 싶다고 해서 외국인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삼지는 않았어요. 구독자 여러분들은 해외여행 갈 때 어떤 검색어로 맛집을 찾으시나요? '로컬 맛집'이라고 검색해 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관광지로 유명한 식당보다는 현지인들도 즐겨 방문하는 곳을 진짜 맛집으로 여기곤 하잖아요. 이에 북촌과 익선동을 자주 방문하는 한국인 고객들을 주 타깃으로 정했어요.
20대부터 4-50대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가게가 되길 바랐는데요. 북촌과 익선동을 방문하는 고객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설정해보았어요.
1)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에 나오는 세 여주인공들처럼 세련되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여성이지만 한식에 소주 한잔을 즐기는 솔직 털털한 성격을 보유한 2030 직장인 여성
2) 먹는 것에 진심인 30대 직장인으로 늘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며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메뉴를 선호해요.
3) 친구 또는 회식 모임이 잦은 4050 직장인으로 국물 요리의 안주를 선호하고 편안하고 정겨운 공간을 선호해요.
Q. 굉장히 구체적인 페르소나네요. 이에 따라 더 구체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위에서 알려드린 고객 페르소나에 맞춰서 그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구성하고 컨셉을 구상했어요. 국밥으로 해장과 함께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저녁엔 회식이나 모임 장소로 술 한잔 즐길 수 있는 한상차림, 주안상을 제공하기로 했어요.
또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너무 전통적인 무드에 치중하기보다는 깔끔하고 세련된 연출을 더하여 전통과 현대적인 모습이 어우러져 있는 컨셉을 설정했어요.
북촌, 익선동, 종로 부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술 한 잔이 생각날 때 머릿속에 바로 떠오를 수 있는 쉬우면서도 강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자 했어요.
📍 BI 작업
Q. 이런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표현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브랜드 스토리와 슬로건 등의 언어자산을 정리해보았어요.
[Brand Story]
옛 상인들의 정보 중심지이자 나그네들의 휴식처였던 주막은 한정식의 유례입니다.
주막은 1930년대에는 해장을 위한 해장국을, 1960년대에는 궁중 음식을 제공했고, 1980년대엔 현재의 외식업 산업으로 성장해왔습니다. <북촌무궁화>는 오늘날의 나그네들을 위해 든든한 한상 차림을 제공하는 익선동 해장주막입니다.
이렇게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여 주막에 대한 역사적 스토리를 고객에게 들려주어 북촌 무궁화가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고자 했어요. 스토리를 응축시켜 머리에 쏙 들어오는 슬로건도 개발했어요. 총 세 가지 후보들이 있었는데요.
1) 무궁화 꽃이 북촌에 피었습니다. -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가 유명해졌어요. 잘알려져 있는 노래를 통해 재치있으면서도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어요.
2) 무궁화 삼천리 화려 북촌 -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무궁화의 아름다움과 영원함을 상징하는 애국가 후렴 부분을 변형한 슬로건이에요. '무궁화'에 담긴 의미를 전하기 쉬운 슬로건이에요.
3) 국가 대표 해장집 <북촌 무궁화> -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슬로건이에요. 한식 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자 그에 걸맞는 정성들인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진정성을 어필하는 슬로건이에요.
Q. 어떤 BI 시안이 나왔는지 궁금해요.
앞서 기획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컨셉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한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개발하기 보다는 '표현'에 집중했어요. 실제 가게의 모습이 될 비주얼을 표현하는데 집중했죠.
01 시안
한국의 전통스러움 중에서도 화려하고 색조가 강한 무드를 표현했어요. 옛 한복이나 조각보에서 볼법한 채도 높은 오방색 컬러를 사용하고 자수를 놓은듯한 화려한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메인 로고는 거칠게 쓴 붓글씨처럼 선의 강약을 살려 개발했어요.
02 시안
두번째 시안은 한국의 전통스러움 중 향토적인 무드를 표현했어요. 민화나 옛 고서에서 느껴지는 오래되고 낡은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죠. 민화 방식 중 하나인 '문자도'를 활용해 메인 로고를 개발했는데요. 글자를 그림처럼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글자 안에 애국가 가사에 나오는 '백두산', '소나무' 등의 자연물을 그려 넣었어요.
03 시안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와 개화기 이후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국가 대표 해장집'이라는 슬로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국가 기관 심볼에 착안한 브랜드 심볼을 개발했어요. 레트로한 감성을 더한 모던 주막 컨셉이에요.
📍 오프라인 매장 연출
1번시안으로 진행됐을때
2번시안으로 진행됐을때
3번 시안으로 진행됐을때
Q.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해당 시안으로 공간에서 어떻게 연출될지가 중요했을 것 같아요.
그쵸.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디자인 시안을 드릴 때 공간 연출에 대한 부분도 함께 보여드렸어요.
첫 번째 시안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단청과 오방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굉장히 화려하고 강렬한 매장으로 연출해 볼 수 있어요. 과거 양반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을 연상될 수 있어요.
두 번째 시안으로 진행되는 경우, 매장의 외관이나 내부의 벽에 민화를 그려 넣고 두루마리 벽보나 불등과 같은 요소를 설치하여 향토적인 무드를 강조할 수 있어요. 민화 그림을 그려 넣은 병풍을 만들어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 드리기도 했어요.
세 번째 시안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가장 컨셉츄얼하게 연출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국가 기관의 모습이 연상되는 연출을 해볼 수 있어요. 공무원 집무실에서 사용할 것 같은 가구와 소품을 배치하고, 2층 한쪽 벽면을 포토월로 만들어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어요.
Q. 어떤 시안이 북촌 무궁화의 BI가 되었나요?
최종적으로는 두 번째 시안이 북촌 무궁화의 최종 BI가 되었어요. 기존 시안이 너무 단조로워 시선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는 피드백을 받아 이를 보완하고자 채도가 높고 강렬한 컬러 포인트를 믹스하여 북촌 무궁화의 최종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할 수 있었어요.
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녹이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 역시 전통적인 무드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불편하거나 복잡한 요소들을 심플하고 깔끔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안드렸죠. 공간의 기본적인 배경이 되는 벽과 바닥, 가구들은 원목과 목재 소재를 사용하고, 포인트 오브제를 배치하여 북촌 무궁화스러움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종로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큰 길가에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어요. 건물의 벽에 크게 무궁화 벽화를 그리고, 간판도 크게, 외부 POP도 크게 걸었어요. 매장에 들어서기 전에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어떤 메뉴를 제공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메뉴 포스터와 메뉴판을 배치해 살펴보도록 했어요.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굉장히 다양한 포인트들이 있어요. 기본적인 메뉴판과 포스터를 만들때도 한국의 전통 문화가 느껴지는 요소들로 개발해 한국스러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벽에 그려진 민화, 전통적인 창문과 조명등, 티타늄 소재의 식기, 직원들의 유니폼까지 하나하나 작은 포인트들을 만들어 북촌 무궁화 스러움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느껴지도록 했어요.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고객으로 하여금 즐길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죠
매장 포스터
매장 전면
직원 유니폼
실제 상차림
화장실 문
Q.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지 궁금한데요!
가게가 오픈되고 나서 디블러 팀원분들과 다같이 매장에 방문했었는데요! 직접 방문해보니 구상했던 '주막'의 컨셉이 잘 구현이 되어있었어요. 브랜딩 작업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브랜드 측에서도 세심하게 고려하여 다채로운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주어 밀도가 더욱 채워진듯했어요. 과거 주막에서는 직접 술을 담가 손님들에게 술을 대접했는데, 이처럼 북촌무궁화가 직접 개발한 막걸리도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재미있었던 포인트들이 몇 가지 더 있었는데요.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장실이었어요. 단순한 화장실이 아니라 화장실의 옛말인 '해우소'를 활용해 익선 해우소라는 푯말을 부착하고 자개 무늬의 문을 달아두었어요. 또 화장실에 들어서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노래가 울려퍼지는데, 화장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익숙한 노래가 재미있게도, 반갑게도 느껴지더라구요.
더하여 신기했던것은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모두 초기에 설정했던 고객 페르소나와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신성철 PM님께서 전략을 세워주시고 함께 만들어간 덕분에 더욱 밀도 있는 브랜드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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