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아트센터의 피아노 페스티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15년을 이어왔는데, 왜 같은 축제인 줄 모를까요?'
해마다 열리는 축제가 참 많아졌어요. 꾸준히 이어온 축제라면 그 자체로 쌓아온 시간이 있는 셈이죠.
그런데 그 시간이 늘 쌓이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운영 방향이 바뀌면 이름이 바뀌고, 홍보물을 맡는 곳이 바뀌면 로고도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그 사이 관객은 작년과 올해의 축제를 이어 볼 실마리를 잃어요.
"11년부터 쭉 15년 동안 진행해 온 사업인데, 이게 한 피아노 페스티벌인지를 모르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킥오프 미팅에서 경기아트센터 담당자님이 꺼낸 고민이에요. 오늘은 이름이 바뀌어도 알아볼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까지,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의 브랜딩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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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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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은 경기아트센터가 2011년부터 이어온 브랜드 공연이에요. 오직 피아노 한 악기를 중심에 두고 리사이틀, 협연, 오케스트라까지 정통 클래식 무대를 꾸려요.
최근에는 영화음악처럼 익숙한 장르까지 품으며, 피아노로 만날 수 있는 음악의 폭을 넓혀가고 있고요.
이번 브랜딩에서 정한 이 축제의 정의는 이래요. 매년 프로그램과 주제는 달라져도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정체성은 이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축제로 쌓이고 기억되는 곳. 한 해의 공연 묶음이 아니라 해를 거듭하며 쌓여가는 공공의 문화 자산이라는 뜻이에요.
같은 축제가 세 개의 이름을 거쳐왔어요.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Peace & Piano',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경기 피아노 페스티벌', 2024년부터는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이었죠. 공공기관 사업의 특성상 운영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이름도 함께 바뀐 거예요.
로고도 정식으로 이어지지 못했어요. 해마다 홍보물을 맡은 곳에서 기존 모양을 참고해 다시 그려 쓰다 보니, 면이었다가 선이었다가 굵기도 그때그때 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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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쌓아야 할 인지도가 이름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었어요. 게다가 이름은 앞으로도 또 바뀔 수 있었고요.
그렇다면 필요한 건 올해만 예쁜 로고가 아니라, 어떤 이름이 붙어도 같은 축제로 알아보게 하는 기준이었어요. 다행히 실마리는 이미 있었어요. 이름도 서체도 색도 바뀌어 왔지만, 피아노 모양의 심볼만은 15년 내내 빠지지 않고 쓰여 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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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가 만나는 사람은 크게 세 그룹이에요. 클래식다운 절제와 품위를 기대하는 정통 클래식 관객, 영화음악처럼 익숙한 곡으로 공연장을 처음 찾는 관객이 먼저 있죠.
그리고 하나 더, 이 축제를 해마다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경기아트센터 담당자와 매년 홍보물과 무대를 맡는 외부 디자인 파트너들이요. 축제의 얼굴은 결국 이들의 손을 거쳐 관객에게 닿기 때문에, 누가 맡아도 같은 결과물이 나오게 돕는 기준이 필요했어요.
이 축제가 그리는 이상적인 관객은, 해마다 다시 찾아와 작년과 올해의 무대를 하나의 기억으로 이어가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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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 얼굴을 만드는 축제는 그해의 완성도는 높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각각의 해가 따로 남아요.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은 반대로, 관객이 '올해도 그 축제가 열렸구나' 하고 알아보는 쪽을 택했어요.
공연을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념할 무언가를 손에 들고 돌아가는 축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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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어갔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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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은 피아노 자체를 관찰하는 일이었어요. 15년간 쓰여 온 피아노 모양 심볼을 지키면서, 건반과 몸체, 그 안의 현까지 피아노를 이루는 요소에서 축제의 시각 언어를 꺼내기로 했죠.
방향을 잡으며 참고한 건 레코드 모양 하나로 매년 다른 포스터를 만들어 온 한 음반 페어였어요. 형태는 지키고 그 안의 표현만 바꾸는 방식이요. 클래식 공연인 만큼 무대에서는 절제돼 보이되, 피아노 페스티벌이라는 정체성은 분명히 드러나야 했고요.
저희가 이 축제에서 읽어낸 키워드는 '질서', '구조미', '확장성'이었어요. 피아노 한 대에서 축제의 언어를 모두 꺼낼 수 있다면, 해마다 무엇이 바뀌어도 같은 뿌리로 읽힐 거라고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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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둘을 나눴어요. 로고의 중심은 'PIANO FESTIVAL'로 고정하고, 그 위에 붙는 연도와 'KOREA' 같은 명칭은 '수정 가능한 영역'으로 따로 두며 들어갈 서체까지 정해 뒀어요. 이름 앞부분이 달라져도 그 한 줄만 바꾸면 되는 구조예요.
글자로 된 로고는 피아노 건반에서 착안한 직선 위주의 형태에, 장식을 덜어낸 세리프 구조를 바탕으로 했어요. 'PIANO'의 마지막 O 안에는 건반을 떠올리게 하는 세로 획이 하나 들어가 있고요.
15년간 이어져 온 피아노 심볼은 담당자님과 이야기 나눈 대로 형태는 그대로 두고, 면과 선을 오가던 디테일을 다듬었어요. 여기에 세로형, 가로형, 심볼 조합형, 엠블럼까지 쓰임에 맞는 버전을 만들었죠. 엠블럼은 피아노 실루엣 안에 연주자 사진 같은 이미지를 넣어 쓸 수도 있어서, 로고 자체가 공연을 알리는 창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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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은 네 가지예요. 그랜드 피아노의 외곽 곡선, 피아노 안에 팽팽하게 걸린 현의 교차, 건반, 그리고 심볼 자체를 반복했어요. 모두 피아노에서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조합해도 한 축제로 읽혀요.
여기에 음악에서 가져온 음표와 장식 기호, 굿즈용 라벨도 더했어요. 날짜를 표현하는 숫자는 악보의 박자 기호처럼 위아래로 쌓아 '10/30'을 보여줘요. 날짜 하나에도 음악의 문법을 입힌 셈이에요.
컬러는 레드, 버건디, 아이보리, 골드, 스카이블루, 블루, 블랙의 일곱 가지로 구성하되, 권장하는 조합과 피해야 할 조합을 함께 정리해 색이 달라져도 인상은 흔들리지 않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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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비주얼 한쪽에는 이런 문장이 오선지처럼 줄 사이에 놓여 있어요. "THE PIANO IS A MUSICAL LANGUAGE THAT CONNECTS PEOPLE ACROSS GENERATIONS." 피아노는 세대를 넘어 사람을 잇는 음악의 언어라는 뜻이에요.
최종 가이드에는 이 언어를 실제 접점에 적용한 예시까지 담았어요. 포스터 3종, 일자별 배너, 건반 라인으로 홀을 안내하는 사인물, 연주자 출입증과 초대장, 패턴을 입힌 쇼핑백까지요.
포스터로 축제를 발견하고, 공연장에서 같은 언어로 안내받고, 마지막엔 무언가를 손에 들고 돌아가는 흐름이에요. 담당자님이 바랐던 '소유하는 축제'도 이 흐름 위에 놓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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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이름이 바뀌어도 쌓이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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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에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저희가 없어도 지켜지는 규칙이었어요. 홍보물은 해마다 다른 파트너가 만들 수 있고, 이름도 다시 바뀔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디까지 바꿔도 되고 무엇은 깨면 안 되는지를 정리했어요. 수정 가능한 영역의 위치와 서체, 로고의 최소 크기와 여백, 배경 명도별 사용법까지요. 내부 직원과 외부 파트너가 그대로 펼쳐 쓰는 설계도로 남긴 거예요.
피아노 실루엣은 건드리지 않고 클래식 무대에 어울리게 절제해 달라는 담당자님의 당부도 놓치지 않았어요. 새로움은 형태를 바꾸는 데서가 아니라, 이미 있던 형태를 더 넓게 쓸 수 있게 만드는 데서 찾았어요.
오래 해온 사업일수록 이미 가진 자산이 많아요. 다만 하나의 기준으로 묶여 있지 않으면 해마다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죠. 이 축제에 필요했던 건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15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피아노 실루엣을 기준으로 세우는 일이었어요.
혹시 오래 공들여 온 사업이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그동안 지켜온 무언가가 분명 있을 거예요.
해마다 프로그램은 달라져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축제로 쌓이고 기억되는 것. 앞으로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이 쌓아갈 다음 무대들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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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에 다 담지 못한, '피아노 페스티벌'의 브랜딩 비하인드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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