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돼도 못 기억하는 이유
'조회수는 터졌는데, 정작 남은 게 없다면요?'
이벤트를 한 번 돌리면 팔로워 숫자는 분명히 움직여요. 릴스가 잘 터지는 날엔 알림이 며칠씩 울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달쯤 흐른 뒤에 보면 이상해요. 매출은 제자리고, 새로 들어온 분들은 조용합니다. 그 콘텐츠를 봤다는 사람에게 가게 이름을 물으면 기억을 못 하고요.
오늘은 이게 운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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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콘텐츠는 남고 브랜드는 사라질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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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사장님이 카운터 앞에서 요즘 유행하는 춤을 추는 영상이요. 직원분들까지 합류하고, 조회수도 잘 나오고, 저장도 꽤 됩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영상을 떠올려보면 남아 있는 건 춤뿐이에요. 상호도 모르고, 무슨 메뉴를 파는 집인지는 더더욱 모르죠.
이유는 단순해요. 스크롤을 멈추게 한 건 재미인데, 그 가게가 파는 건 맛이니까요. 두 가지가 다른 자리에 서 있으면 사람들 머릿속엔 재미만 남고 브랜드는 밀려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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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저스》의 저자 조나 버거도 같은 지점을 짚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에만 골몰하다가, 그 사람들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살피지 않는다는 거죠.
입소문이 돈다는 건 누군가에 대해 말이 오간다는 뜻인데, 그 대상이 우리가 아니면 소용이 없잖아요.
버거가 꺼낸 사례가 에비앙의 롤러스케이트 아기 광고예요. 기저귀 차림의 아기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CG 영상이었고, 2009년 기네스북에 최다 조회 온라인 광고로 이름을 올릴 만큼 퍼졌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본 사람들이 그 영상을 에비앙과 이어 붙이지 못했거든요. 버거는 그 자리에 롤러스케이트든 기저귀든 스킨크림이든 어떤 브랜드가 들어가도 똑같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규모만 다를 뿐, 카운터 앞의 그 춤 영상과 같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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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기억에 안 남은 건 실수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예요.
두 갈래가 어긋난 채로 출발한 콘텐츠는 아무리 멀리 퍼져도 브랜드를 데려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후속 게시물을 부지런히 올려도 잘 안 바뀌어요. 구멍은 그대로 두고 물만 더 붓는 격이거든요.
반대로 둘이 포개져 있으면 애써 관리하지 않아도 남아요. 콘텐츠가 떠오르는 순간 브랜드가 함께 따라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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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그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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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공식: 브랜드의 소구점 = 콘텐츠의 소구점
브랜드의 소구점과 콘텐츠의 소구점이 포개지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소구점은 끌리는 이유예요. 손님이 우리 가게를 고르는 이유가 브랜드의 소구점, 사람들이 그 영상을 끝까지 보는 이유가 콘텐츠의 소구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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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를 열어보기 전에 손님이 왜 우리를 찾는지부터 한 줄로 써보세요.
관건은 얼마나 구체적으로 내려가느냐예요. 맛있는 집이라고 쓰면 아무것도 걸러지지 않아요. 맛없는 걸 파는 가게는 없으니까요.
집에서 먹던 것 같은 푸근함인지, 여기 아니면 못 먹는 매운맛인지, 혼자 앉아 있어도 편한 곳인지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만약 사장님이 춤을 출 만큼 유쾌한 분위기가 우리 가치라면, 그땐 춤도 얼마든지 답이 될 수 있어요. 소구점은 곧 우리만 말할 수 있는 콘텐츠의 기준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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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증된 레퍼런스를 찾을 차례예요. 잘 되는 걸 고르는 게 맞습니다. 다만 잘 되는 것들 가운데 1단계에서 적어둔 문장과 포개질 수 있는 것만요.
밥집이라면 음식 앞에서 사람들이 멈추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겠죠. 국물이 끓어 넘치는 순간이나 갓 건져낸 튀김 소리 같은 것들이요.
매운맛이 우리 문장이면 땀 흘리며 웃는 얼굴이 맞을 거고, 시원함이 문장이면 얼음이 부각된 컷이 어울릴 거예요.
순서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기준 없이 레퍼런스부터 펼치면 잘 되는 것만 잔뜩 보이고, 그중 뭘 집어야 할지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결국 반응이 제일 좋아 보이는 걸 고르게 되고, 그게 우리와 무관할 확률이 높고요.
잘 되는 걸 찾는 일은 누구나 해요. 브랜드가 남는 일은 기준이 선 브랜드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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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같은 가게, 두 번의 공짜 치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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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블러가 동명닭집 채널을 처음 살폈을 때, 피드는 팔로우 추첨 이벤트로만 채워져 있었어요. 숫자는 늘었지만 사람들은 관계가 아니라 추첨을 따라 잠시 들렀다 떠났고요.
브랜드가 비어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닭으로 잇는 사랑방이라는 방향도, 옛 동네 닭집 특유의 레트로한 공간도, 팀의 분위기도 다 갖춰져 있었습니다. 다만 그게 채널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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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컨셉을 다시 꺼내놓고, 그와 맞닿을 정서를 찾았어요.
마침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치킨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게시물이 올봄 크게 돌았습니다. 좋아요 5천여 개에 댓글 260개가 달렸는데, 눈여겨본 건 숫자가 아니라 댓글의 결이었어요.
재밌다는 반응이 아니라, 자기 나이와 자기가 받았던 치킨 브랜드를 적는 반응이었거든요. 이 기억 앞에서 사람들은 구경만 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는 뜻이죠.
그리고 그건 동명닭집이 파는 가치와 같은 자리에 있었어요.
그렇게 나온 게 이음이벤트 릴스예요. 닭으로 사람을 잇는다는 뜻이고요.
영상은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시던 치킨 한 마리의 의미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치킨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아버지께 돌려드릴 치킨을 지원하는 이벤트로 이어져요.
팔로우하면 치킨을 준다는 말은 어느 치킨집이 해도 됩니다. 아버지가 사 오시던 그 한 마리를 돌려드린다는 이야기는 잇는 정서를 가진 브랜드만 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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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추억 같은 걸 팔지 않는데, 하실 수도 있어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의 오늘은 치킨이 땡긴다 광고를 떠올려보세요. 치킨이 튀겨지는 장면을 클로즈업으로 천천히 보여주고 소리만 들려줘요. 음악도 성우도 없고요. 이후 족발을 써는 장면, 김치찌개가 끓는 소리로 이어지며 시리즈가 됐죠.
한 편만 보면 치킨집 광고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시리즈로 놓고 보면 달라집니다. 치킨도 족발도 찌개도 땡긴다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는 하나뿐이니까요. 이 브랜드가 파는 건 특정 메뉴가 아니라 땡기는 순간 그 자체거든요.
증명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원리는 하나에요. 한쪽은 기억으로, 한쪽은 감각으로 증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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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끌린 이유와 우리를 찾는 이유가 서로 다르면, 잘될수록 브랜드는 뒤로 밀려나요. 운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고요.
지금 돌아가는 콘텐츠를 펼쳐놓고 브랜드 이름만 바꿔도 말이 되는지 하나씩 대보세요. 그리고 손님이 우리를 찾는 이유가 한 문장으로 적혀 있는지 확인해보시고요.
사실 그 한 문장이 제일 어려워요. 매일 가게를 돌리고 눈앞의 일을 쳐내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파는지 들여다볼 틈이 없죠.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디블러는 잘 되는 콘텐츠를 넘어 브랜드가 남는 콘텐츠를 위해, 브랜드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선명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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