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아닌 상징이 필요했던 벤드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설명은 열심히 하는데, 왜 구별이 안 될까요?'
사업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자기 사업을 아주 성실하게 설명하세요. 무엇을 만드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경쟁사와 뭐가 다른지. 소개서 한 장에 다 담기 어려울 만큼 촘촘하게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설명이 정확할수록 옆 회사 설명과 비슷해집니다. 같은 업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죠. 그러다 보면 남는 비교 기준은 기능 개수와 가격뿐이 돼요.
설명은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고, 상징은 어떤 브랜드인지 기억하게 만듭니다. 사업이 브랜드가 되는 지점은 대체로 두 번째가 필요할 때예요.
오늘은 인사이트봇이라는 제품 이름으로 찾아오셨다가, 네이밍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전부 새로 만들어 벤드로가 된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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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벤드로는 어떤 브랜드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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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드로(VANDRO)는 기업의 구매관리 전 과정을 AI가 대신 판단하고 실행하는 플랫폼이에요.
원자재를 사들이는 순간부터 창고에 쌓이고 다시 나가기까지,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일을 SCM이라고 하는데요. 벤드로는 그중 손이 가장 많이 가는 발주와 재고 판단을 AI에게 맡깁니다.
"발주부터 재고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따로 놀던 주문과 재고와 수요 예측을 하나로 이어서, 판단이 중간에 끊기지 않게 만들겠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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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셀 열 개를 열어놓고, 감으로 결정하던 현장
주식회사 엠제이코퍼레이션의 이정현 대표님은 현장에서 반복되는 한 장면을 오래 보셨어요.
많은 기업이 이미 ERP나 창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는데도, 정작 구매 업무는 여전히 엑셀과 이메일에서 돌아가고 있었거든요. 구매팀은 매일 열 개가 넘는 엑셀 시트를 열어놓고 재고와 판매, 주문, 리드타임을 하나하나 대조했고요.
그러고도 언제 얼마나 발주할지는 결국 담당자의 감으로 결정됐어요. 과주문이나 발주 누락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죠.
대표님은 원인을 시스템의 커스터마이징 한계와 비용 구조에서 찾으셨어요. 기업마다 데이터 구조가 다른데 기존 솔루션은 그 차이를 담지 못하고, 직접 구축하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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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붙어 있어야만 겨우 돌아가는 기업들
공급사마다 포맷이 제각각이라 그때마다 개발이 필요한 중견기업, 수요 예측 기능이 없어 담당자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기업, 한 번 제대로 도입해 반복 비용을 줄이겠다는 인식이 이미 있는 기업.
공통점은 일이 안 돌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붙어 있어야만 겨우 돌아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벤드로가 내건 차별점은 커스터마이징을 없애는 자동화였어요. 다른 솔루션들이 기업마다 다른 데이터 구조를 사람이 맞춰가며 개발하는 동안, 벤드로는 그 맞추는 일 자체를 AI에게 넘기는 방향을 택했죠.
대표님이 말씀하신 방향은 자동화를 넘어선 자율화였어요. 시키는 걸 빠르게 처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가 먼저 데이터를 읽고 리스크를 감지해 더 나은 판단을 제안하는 자리까지요.
브랜드 성격도 여기에 맞춰 똑똑한 전문가이자 선두하는 리더로 잡았어요. 거들어주는 조수가 아니라, 앞장서서 판단하는 쪽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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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인사이트봇은 어떻게 벤드로가 되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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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봇은 정확한 이름이었어요.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주는 봇. 하고 있는 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설명하는 이름이었죠.
사업 초기에는 이런 이름이 유리해요. 아무도 모르는 서비스를 한 단어로 알아듣게 해주니까요.
문제는 앞으로였습니다. 대표님의 로드맵은 발주 추천에서 출발해 정식 SaaS로 출시하고, 공급사 협업 모듈까지 확장한 뒤, 마지막엔 입고부터 배송까지 아우르는 물류 플랫폼으로 올라서는 계획이었거든요.
봇이라는 단어는 그 마지막 단계를 담지 못했어요. 봇은 사람 옆에서 도와주는 자리의 이름인데, 대표님이 만들려는 건 스스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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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는 회사 이름과 제품 이름을 나누는 대신, 확장을 통째로 담을 수 있는 하나의 브랜드 이름으로 다시 출발하자고 제안드렸어요.
그렇게 나온 이름이 벤드로(VANDRO)예요. 태그라인 "VISION AND ROLL ON, VANDRO" 안에 이름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비전을 세우고 멈추지 않고 굴러간다는 문장에서 이름을 뽑아낸 거죠.
기능을 하나도 설명하지 않는 대신, 어떤 태도로 움직이는 브랜드인지를 담았습니다.
설명하는 이름은 설명할 대상이 바뀌는 순간 낡아요. 태도를 담은 이름은 사업이 어디까지 확장돼도 그대로 쓸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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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이 처음부터 선을 그어주신 부분이 있었어요. 캐주얼한 일러스트, 기능만 표현하는 디자인, 구식 기업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보수적인 이미지. 세 가지 모두 벤드로가 서고 싶은 자리와 반대편에 있었죠.
저희가 잡은 컨셉은 멈추지 않는 흐름이었어요. 벤드로가 하는 일이 끊어진 판단을 이어붙이는 거니까, 브랜드의 얼굴도 이어짐이라는 감각 하나로 통일하자는 방향이었습니다.
컬러는 오렌지와 브라이트 옐로우를 메인으로, 검정에서 주황으로 번지는 그라데이션을 더했어요. 기업용 솔루션들이 흔히 선택하는 안전한 색에서 벗어나면서도, 해가 떠오르는 시간대라는 소재로 계속 이어지는 운영의 감각을 담았고요.
심볼은 리본이 접히며 이어지는 형태의 V로 만들었어요. 꺾이지만 끊기지는 않는 형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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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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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비주얼을 하나가 아니라 네 종류로 설계했어요. 지평선처럼 번지는 그라데이션, 어두운 배경을 지나가는 얇은 호,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파동, 크게 휘어 도는 궤도.
네 개나 만든 건 벤드로가 나가야 할 자리가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었어요. IR 자료, 정부 지원사업 제안서, 제품 브로슈어, 전시장 배너, SNS 게시물. 이 모든 자리를 하나의 이미지로 감당하려 하면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어색해지거든요.
각 타입마다 권장 배경 컬러와 그래픽 투명도, 화면 분할 비율까지 규정하고 잘못 쓰기 쉬운 예시도 정리했어요. 여기에 12×12 그리드를 얹어 로고와 헤드라인, 이미지, 여백이 어느 매체에서든 같은 위치에 놓이게 만들었고요.
담당자가 바뀌어도, 제작하는 곳이 달라져도, 같은 브랜드로 보이게 하는 것. 확장을 앞둔 브랜드에게는 예쁜 한 장보다 이쪽이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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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설명과 상징을 한 화면에 같이 놓는 일이었어요.
기능만 표현하는 디자인은 피해야 하는데, 동시에 벤드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뭘 하는 회사인지 빠르게 알려야 하는 신생 브랜드이기도 했거든요. 알아보기 쉽게 만들려면 발주서나 그래프 같은 기호로 가게 되고, 그 순간 브랜드는 기능 목록으로 내려앉아요.
그래서 둘 중 하나를 없애는 대신 역할을 나눴습니다. 무엇을 하는지는 카피가 말하고, 어떤 브랜드인지는 비주얼이 말하게요.
로고와 심볼, 키비주얼에는 업무를 연상시키는 기호를 하나도 넣지 않았어요. 어느 것도 구매관리를 설명하지 않지만, 나란히 놓으면 이 브랜드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남아요. 이게 상징이 하는 일이에요.
설명은 그 옆의 문장이 맡습니다. 발주부터 재고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한 문장이면 충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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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은 늘어날수록 서로 닮아요. 같은 시장의 회사들이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죠. 기능을 하나 더 적으면 상대도 하나 더 적고, 목록이 길어지다 보면 결국 남는 건 가격 비교뿐이에요.
사업이 브랜드가 되는 건 설명을 더 잘하게 됐을 때가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남는 것, 상징이 생겼을 때예요.
흥미로운 건 벤드로 브랜드 정체성은 어디서 새로 발명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끊어진 판단을 이어붙이겠다는 생각은 대표님이 그려두신 로드맵 안에 처음부터 들어 있었거든요. 저희가 한 일은 이미 있던 것을 꺼내 이름과 얼굴로 만든 쪽에 가까워요.
판단이 멈추지 않는 운영. 이것이 벤드로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입니다.
앞으로 벤드로가 만들어갈 여정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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