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일관성은 반복이 아닙니다
'분명 다른데, 왜 같은 브랜드로 보일까요?'
광고를 보다가 마지막에 회사 이름이 뜨기 전에 이미 어디 광고인지 알아챈 적 있으신가요. 로고도 안 나왔고 낯익은 컬러도 없었는데 그냥 알겠는 순간이요.
이런 경우도 있어요. 구글 첫 화면은 기념일마다 로고 자리가 통째로 바뀌어요. 오늘 그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나시는 분은 많지 않을 텐데, 그렇다고 여기가 구글이 아닌가 싶었던 적도 없죠.
우리는 보통 브랜드는 일관되어야 한다고 배우고 같은 모습을 반복해요. 그렇지만 두 경우 다 표면은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같은 브랜드로 인식됐어요. 우리가 배운 브랜딩은 정반대처럼 보이는데도요.
보통 우리는 컬러를 맞추고 폰트를 통일하고 톤을 흔들지 말라고 배워요. 그래서 일관된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같은 얼굴을 반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잘하는 브랜드들은 반복하지 않고도 기억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배운 그 일관성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요. 오늘은 이 질문을 따라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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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반복은 방법이지, 목적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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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구별되게 인식되는 일이에요. 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우리를 우리로 알아보게 만드는 것.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 다음 선택지에 오르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이 목적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반복이었어요. 같은 로고를 같은 자리에 같은 컬러로 계속 보여주는 것. 사람은 여러 번 본 것을 기억하니까요.
예전에는 이 방법이 거의 완벽했어요. 접점이 TV 광고와 신문과 매장 간판 정도였으니까요. 서너 개 자리에 같은 한 장을 붙이면 그걸로 충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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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나 로고를 만들어요. 창업 첫 주에 로고가 나오고 컬러 팔레트가 정해져요.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들이 매일 콘텐츠를 쏟아내고요.
접점도 쪼개졌어요. 인스타그램 피드와 릴스, 유튜브와 쇼츠, 앱 화면, 푸시 알림, 뉴스레터, 매장, 패키지, 굿즈, 콜라보 제품까지 수십 개예요. 릴스에서 3초 안에 지나가는 화면과 상세페이지에서 5분간 머무는 화면에 같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어요.
이 조건에서는 반복만으로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 자리가 생겨요. 무조건적인 통일은 지루하고, 지루한 것은 기억되지 않으니까요. 구별되려고 반복했는데 오히려 스쳐 지나가는 일이 벌어져요.
그래서 지금 시대가 브랜드에게 요구하는 것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같은 얼굴을 반복하는 능력이면 충분했어요. 지금은 다른 얼굴로도 같은 브랜드가 되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 요구는 모순처럼 들려요. 다르게 만들라면서 같게 인식되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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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전략가 마티 뉴마이어가 『브랜드 갭』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의 비즈니스는 실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브랜드의 기반은 일관성이 아니라 정렬(alignment)이다."
얼핏 일관성을 버리라는 말처럼 들려요. 그런데 이 문장이 부정하는 건 일관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니에요. 우리가 일관성이라는 이름으로 해온 일, 그러니까 표면을 똑같이 반복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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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를 하나의 축이 관통한다는 그림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꿰이는 것들이 서로 똑같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에요. 모양이 다 달라도 같은 축에 꿰여 있으면 하나로 묶여요.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을 반복으로 번역해서 써왔어요. 축을 찾는 대신 표면을 복사했죠. 꿰는 일이었는데 붙이는 일이 된 거예요.
정렬은 그 원래 뜻을 정확히 옮긴 말이에요. 표면끼리 서로 맞추는 게 아니라, 각 표면을 중심에 맞추는 것. 인스타 피드와 상세페이지와 명함이 서로 닮았는지는 묻지 않아요. 셋 다 같은 중심에 꿰여 있는지를 물어요.
이 차이가 아까의 모순을 풀어줘요. 표면끼리 맞추려고 하면 얼굴이 하나뿐이어야 해요. 그런데 각자 중심에 꿰이면 얼굴은 몇 개든 나올 수 있고, 그런데도 하나로 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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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반복이 아니라 축을 잃은 반복이에요
반복은 정렬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에요. 실제로 대부분의 접점에서는 같은 로고를 반복하고 같은 컬러를 지키는 게 중심에 꿰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에요.
문제가 되는 건 축을 잃은 반복이에요. 왜 이 컬러이고 왜 이 말투인지 모르는 채로 지키는 규칙은 지킬수록 브랜드가 흐려져요. 규칙은 남는데 그 규칙이 꿰고 있던 축이 사라지니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구글이 그래요. 매일 로고 자리가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글이 바꾸는 건 딱 그 자리 하나예요. 검색창의 위치도, 화면의 구조도 건드리지 않아요. 대부분을 고정했기 때문에 하나를 열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럼 그 축은 어디서 올까요. 브랜드 전략(BS)이에요. 매 접점에서 쏟아지는 수십 개의 결정이 돌아올 한 점을 만드는 일이요. 그 위에 BI가 얹히고, 다시 BX로 펼쳐져요. 디블러가 예쁜 로고를 먼저 그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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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다양해 보이지만 하나의 정체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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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편리하고 평등하게 금융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앱 화면을 열어보면 금융 용어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일상어를 쓰고, 한 화면에서 하나의 결정만 요구해요. 어려운 말을 밀어낸 건 편리하게라는 단어의 번역이에요.
3D 로고는 각도와 빛에 따라 컬러가 달라지는 유동적인 형태예요. 묵직한 세리프체와 금빛 톤으로 권위를 강조하는 기존 은행 로고의 정반대 편이죠.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토스는 반복을 버린 브랜드가 아니에요. TDS라는 자체 디자인 시스템을 두고, 버튼과 안내 문구를 컴포넌트로 정의해 레고를 조립하듯 화면을 만들어요. 이 지독한 반복이 편리하게라는 약속에 닿는 방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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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그라피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어요. 채널 어디에도 토스의 파란색이 없고 송금 기능 광고도 없어요. 대신 웹툰과 커피와 스니커즈 같은 소비를 기업의 재무제표로 풀어내고, 음악 산업을 인터뷰해요. 2026년 1월 기준 구독자 50만 명, 누적 조회수 1억 1,500만 회예요.
이것도 평등하게라는 단어의 확장이에요. 금융을 전문가의 언어가 아니라 누구나 이미 익숙한 문화의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이니까요.
『더 머니북』은 한 걸음 더 나가요. 2024년에 출간한 464쪽짜리 금융생활 안내서인데, 사용자가 꼽은 100가지 질문과 전문가 27명의 답변으로 풀었어요. 판매 전에 금융취약계층 교육 대상자 등에게 700권을 먼저 전달했고, 수익금은 전부 금융소외층을 위해 쓰기로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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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앱 회사인가요,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가요, 출판사인가요.
업종으로 답하면 그 전부예요. 그런데 축으로 답하면 하나예요. 앱도 유튜브도 책도 그 한 문장이 각각의 매체를 만나 갈라져 나온 형태예요. 사업이 늘어난 게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자리가 늘어난 거예요.
이 다섯은 서로 하나도 닮지 않았어요. 서로 맞춘 적이 없으니까요. 대신 전부가 같은 한 문장에 꿰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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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원래 뜻으로 돌려놓자는 이야기예요. 서로 닮았는지를 묻는 대신, 같은 축에 꿰여 있는지를 묻는 것. 그 질문으로 바꾸면 일관성은 오히려 더 단단해져요.
디블러가 브랜드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이 브랜드의 BS는 무엇인가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예쁜 로고 한 장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로고가 어떤 중심에서 나왔고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변주될지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요.
대표님의 브랜드는 지금 같은 얼굴만 반복하고 있나요, 아니면 다른 얼굴로도 같은 브랜드가 되는 축을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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