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쓰지만 잘 모르는 브랜딩 용어
이 말, 다들 한 번쯤 써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막상 감도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말문이 막혀요.
당연해요. 감도는 원래 주관적인 감각이고,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도 다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 애매한 감각을 손에 잡히게 정리해봤어요.
우리가 언제 감도를 느끼는지,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만드는지.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풀어보면, 감도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또렷하게 손에 잡히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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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 있는 브랜드라고 하면 흔히 세상에 없던 파격을 떠올려요. 더 낯설고 튈수록 감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감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결과물들을 뜯어보면, 얘기가 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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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귀리우유 브랜드 오틀리를 볼게요. 마트 유제품 매대에서 손에 잡히는 건 늘 보던 익숙한 종이팩이에요. 그런데 팩에 적힌 카피를 읽는 순간 느낌이 달라져요. "우유 같지만 사람을 위해 만들었어요" 같은, 친구가 농담 걸듯 편하게 건네는 말투예요. 유제품 매대에서 이런 톤을 만난 적은 없으니까요.
디블러가 함께한 위스키 더치 커피 브랜드 펠른도 비슷해요. 목이 좁고 무게감 있는 유리병, 짙은 라벨. 누가 봐도 위스키 병이에요. 그런데 그 안에 담긴 게 커피라는 걸 아는 순간, "어, 이거 뭐지" 싶어져요.
두 브랜드 모두 새로 발명한 건 없어요. 종이팩도, 위스키 병도, 농담 섞인 말투도, 커피도 전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것들이에요. 다만 원래 만난 적 없던 두 개의 익숙함을 처음 한자리에 놓았을 뿐이에요.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사실 완전히 새로운 요소는 하나도 없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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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지는 새로움이 충분히 익숙할 때, 우리는 감도 있다고 말해요. 새로워서 흥미롭지만, 충분히 익숙해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상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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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감도와 맞닿은 핵심 디자인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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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각에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있어요.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예요. 럭키 스트라이크 담뱃갑, 그레이하운드 버스, 시어스 냉장고, 에어포스원의 파란 도장까지. 산업 디자인이라는 직업 자체를 만든 사람으로 불릴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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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자서전에서 로위는 자기 커리어를 관통하는 원칙 하나를 정리해요. 140여 개 기업을 컨설팅하며 알게 된 건, 아무리 앞선 기술과 논리적인 해법도 늘 팔리진 않는다는 거였어요.
사람은 새로운 걸 원하면서 동시에 낯선 걸 두려워해요. 이 둘이 부딪히다가 두려움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리는 지점이 있어요. 그 지점을 넘으면 사고 싶던 마음이 거부감으로 바뀌어요.
그 직전,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받아들여지는 자리를 로위는 MAYA라고 불렀어요.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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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코카콜라의 '뉴 코크'가 그 선을 넘은 사례예요. 맛을 아예 새로 바꿔서 내놨는데, 반응은 반가움이 아니라 반발이었어요. 항의 전화가 하루 수천 통, 결국 79일 만에 원래 맛으로 돌아갔어요. 문제는 새로움 자체가 아니라, 익숙했던 것에서 너무 멀리 가버린 거였어요.
오틀리와 펠른이 이 선을 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같아요. 형태는 지키고, 딱 하나만 낯설게 얹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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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좋은 감도를 만드는 4가지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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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는 절대 기준이 아니에요. 성수에서 익숙한 게 다른 동네에선 낯설고, 20대에게 낯선 게 40대에겐 이미 익숙해요. 보는 사람이 다르면 경계선의 위치도 달라져요.
그래서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건, 이 결과물을 마주할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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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정하는 건 무엇을 건드리지 않을지 고르는 결정이에요. 펠른은 위스키 병이라는 형태를, 오틀리는 종이팩이라는 형태와 유제품 매대라는 위치를 그대로 뒀어요. 이 덕분에 소비자는 "이게 뭐지"라는 혼란 없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이 안전망이 있어야 다음에 올 낯섦도 안심하고 받아들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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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정했다면, 낯섦은 하나만 골라요. 펠른은 내용물 하나만, 오틀리는 카피와 톤 하나만 바꿨어요. 여러 곳을 한꺼번에 바꾸면 보는 사람은 붙잡을 곳이 없어져요. 이게 뭔지 파악하느라 에너지를 다 쓰고, 정작 신선함을 즐길 여유는 사라져버려요. 낯섦은 한 곳에 집중될 때 가장 선명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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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을 정한 뒤엔 계속 물어야 해요. 이게 아직 끌리는지, 아니면 이미 밀어내고 있는지요. 매료가 두려움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리면, 낯섦은 신선함이 아니라 거부감이 돼요. 낯섦은 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로도 계속 확인해야 하는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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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란 충분히 익숙한 새로움이에요. 이걸 만들려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먼저 정하고, 무엇을 익숙하게 둘지, 무엇 하나를 낯설게 놓을지, 그 낯섦이 아직 매력으로 남아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그런데 결국 감도는 선호예요. 누군가에겐 신선한 지점이 다른 누군가에겐 무난하거나 부담스러운 지점일 수 있어요.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이 주관성이 손쓸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그 선호가 누구의 것인지 정확히 아는 순간, 감도는 취향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대상이 돼요.
우리 브랜드가 지금 조율하려는 감도, 그건 누구의 선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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